이AE님^^


글을 정말 잘 쓰시군요. 두 번 읽었습니다. 책과 자신, 근황과 고심, 돌아봄과 내다봄이 잘 엮어져, 두 편의 글에는 A+를 드리고 싶습니다. 잘 쓴 글은 작문법의 수준을 말하기 전에 울림과 공감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비해 읽은 후 내가 다른 안목, 감성, 사색, 의미를 마음 속에 간직하게 되었는가? 질문하는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내주신 두 편의 글이 참 훌륭하다는 의견, 감히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김연수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40대에도 꾸준히 나아지고 성장하는 '프로 작가'의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그의 자세와 태도에서는 어떤 자만이나 잘난 체도 찾기 힘들더군요. 그는 매우 겸양있는 사람이고, 누구에게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길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강조하더군요. 여든에 한글을 배워, 여든 중반에 시집을 내는 분들을 더 감동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성근이라는 세 글자에서 삼성, LG, SK, 고양, 한화 이런 구단 이름은 열 차례 이상 바뀌어 특정 회사가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회사 이름같은 잔상은 모두 사라지고, 사람과 야구만 남겨져요. 그게 그분의 정체성이라 봅니다. 그는 야구 하나로만 기억되는 사람이에요. 그가 그렇게 기억되도록 의식한 것이 아니라는거죠. 글에 쓰신 것처럼 그가 야구에 몰입해온 60년 세월이 한결같이 그려온 단순한 궤적의 힘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한 차원 더 들어가면, 그가 추구하는 야구의 본질이 무엇일까? 야구 중계조차 챙겨보지 않던 제가 그의 이름이 들어간 5~6권의 책을 챙겨보고, 다큐들을 섭렵하고, 거의 모든 특강 자료, 언론 인터뷰, '파울볼' 영화까지 찾아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 스스로 다시 생각해보는 중이에요. 그저 그런 리더십 전문서적은 정말 얼마나 많은지요. 리더십 앞에 붙여놓은 용어도 정신없습니다. 서번트 리더십, 원칙중심 리더십, 따뜻한 카리스마, 나침반 리더십 등등 리더십에 대한 표현은 많지만, 우리 가슴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어 내가 좀더 나은 리더로 나아질 수 있도록 만드느는 리더는 누구인가? 묻게 됩니다. 나의 내면의 에너지를 불러 일으키는 리더는 누구인가?


저는 김성근 감독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향하는 자세, 자신이 선택한 업으로서의 야구와 그 업을 함께하는 지근거리의 코치, 선수, 팬들에게 그가 생각하고 꿈꾸고 지향하는 야구를 '삶'으로 버무려 퍼포먼스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의 그런 장인스럽고 고집스럽고 외곬수같으며 지독하게 진지한 의지에 대해 매료되었습니다. 진정 우리는 함께 생맥주 한 잔, 소주 한 잔, 산책 한 시간 나누고 싶은 70대 남자 선생, 스승을 만날 수 있나 싶어요. 



제가 참 좋아하는 비평가 선생님께서 그러셔요. "세상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봐라. 그들은 부드러운 사람이다. 자신에게도 관대하고 남에게도 관대한다. 오늘 실패하는 사람들을 봐라. 그들은 가파른 사람들이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엄격하다. 하지만 부드러운 사람들은 끝장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맡길 미래는 없다. 오직 가파른 사람만이 내일을 만들어간다." 저는 이 말씀듣고 전율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가파른 사람'으로 분류될 것입니다.


제가 김연수나 김성근을 주목하는 것은 그들을 찬양하거나 흉내내기 위함이 아니라 잠시 제 삶에서 줌아웃해서 그분들의 시야로 제 삶을 들여다 보고, 좀더 나아질 만한 것이 무엇인지,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함입니다. 제가 제 업과 일, 삶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첫 마음, 중간 마음, 최근 마음에 대해 돌아보려는 것입니다.


그런 저의 작은 바램을 고스란히 모두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그렇게 책을 읽고 사색을 글에 담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A는 언제나 떨리는 시작을 상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초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E는 에너지를 대표합니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리더의 임무는 사람 속에 잠재된 에너지를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드러커의 그 표현을 사랑합니다. 이번 봄에는 제가 GIS 첫수업을 들었을 때, GIS 첫 프로젝트를 했을 때, 처음으로 분석가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을 때를 돌아보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내면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스스로 또 주변 동료들에게 나누고 보태고 더 키워나갈 지도 상상해보겠습니다.


미력한 답신이지만, 좋은 글에 대한 저의 마음을 남깁니다.


지도공(地圖工) 송규봉 올림

카테고리

지도이야기

날짜

2015. 4.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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